한참 PC통신 하이텔을 이용하던 시절, 그러니까 4년쯤 전에 훼까닥 해서 썼던 글의 일부입니다. 제 글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드리는 게 목적이라서 낯뜨거움을 무릅쓰고 한번 올려볼까 합니다.
저때는 지금의 작가관이라든지 창작관 등이 전혀 정립되어 있지 않을 때라서 제가 지금 생각하는 이상적인 글과는 대략 3파섹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모티콘이 종종 사용되고 있다든지, 말줄임표를 남발한다든지, 문장이 대부분 어색하게 끊어진다든지, 지나치게 주인공의 심리에 몰두하다 보니 꼭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든지, 반대로 사족이 많다든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고등학교 첫날이니까 새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선생님과도 친해지는 게 좋겠지?" "그 정도도 모를까봐? 나 늦었어! 입학식날부터 지각할라!" '새 친구라고 해도... 중학교 때 친구들이 거의 다 같은학교에 들어갔는걸 뭐...'
오늘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다. 고등학교라고 해 봐야 중학교랑 같은 재단이어서 친구들도 거의 다 그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규모가 중학교의 거의 두배 가까웠기 때문에 다른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애들도 꽤 많다고 한다.
"광/덕/고/등/학/교 라..."
사단법인 광덕학원 안에는 광덕중학교, 광덕고등학교 외에도 광덕여자고등학교와 광덕예술고등학교, 그리고 광덕정보실업고등학교까지 총 다섯 개 학교가 있다. 그렇다 보니 학교 규모가 상당히 커지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실습 시설과 편의시설들은 모두 학교부지 중앙의 지원센터로 모아서, 총 여섯채의 건물이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오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어있는 시스템으로, 규모에 비해 그다지 부지가 넓지는 않은 내실있는 설계라고 들었다.
내가 오늘부터 다니게 될 광덕고등학교는 3번 구역에 자리잡고 있다. 입학식은 3번 구역 지하체육관.
"...여러분은 앞으로 3년간 이 학교에서 학문을 수양하고 자질을 기르며 교양을 함양하고..."
어떤 학교든지 교장은 따분한 연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입학식이 끝난 뒤 나는 자신이 배정된 1학년 12반을 찾아 윗층으로 올라갔다.
하더니 박은희 선생님은 자신의 귀를 잡아당겨 뜯어(!)낸다. 놀라고 있는 우리에게 들리는 목소리.
"선생님도 테이블토크를 좋아해서 귀걸이 대신 엘프 귀 모형을 달고 다니는 거에요. 예쁘지 않아요?" 라고 말하며 씩 웃는 선생님의 모습이 어린애 같다.
잠시 웅성거리다 선생님의 제지로 잠잠해진다.
"테이블토크 반 말고도 CA 반은 정말 많답니다. 대신 우리학교는 한 번 반을 고르면 3년간 똑같은 활동을 해야 하니까, 신중하게 고르세요!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힘들 거라는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 테이블토크 반이 있으면 중학교 때 친구들이 다 모일 건 분명하니까...
"우리 학교는 주 5일 수업 시범 학교에요. 그래서 토요일 수업은 없습니다. 대신, 등교 시간이 좀 빨라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오전 일곱시가 등교시간이에요. 오늘이 무슨 요일이죠?" "목요일이요!" "네, 내일은 여덟시까지 오면 됩니다. 내일은 학내 시설 안내랑, 시간표 설명, 그리고 학급위원 선출이랑... 에, 또..." "CA 선택은요?"
아까 선생님에게 질문한 학생이 물었다.
"아, 그것도 내일 합니다. 또 질문 있나요?" "선생님, 출석은 안 부르시나요?" "참, 잊었네요. 그럼 출석 부를께요."
보통 출석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부르는 거지만...
"자기 이름이 호명되면 일어나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세요. 서로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뭐, 뭐, 뭐야!!! 저런 귀찮은...
"권봉근!" "네! 저는 인수중학교에서 왔습니다. 인수중학교 출신은 저 하나밖에 없어서 친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CA 시간에도 계속 선생님과 만날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 그래요."
아까 그 덩치 큰 녀석이군. 근데 그 큰 덩치에 비해 키가 조금 작은 거 같단 말이야... 흠...
"김민영!" "네!"
뭐?? 갑자기 웬 여자 목소리??
"어, 학생은 여자잖아? 어떻게 우리 학교에?" "저, 호적엔 남자로 되어 있어요." "뭐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된 거죠?"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께요. 지금은..." 하며 둘러보는 그 여자애의 표정은 슬퍼 보였다. 그 여자...애? 아니, 쟤는 아까...
"알았어요. 나중에 한 사람 한 사람 개인면담 시간이 있으니까 그 때 부탁할께요." "네, 선생님. 아무튼 광덕중학교 출신..." "에~~엑?!!" 광덕중학교 라는 말을 듣는 순간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나도 마찬가지다. 울학교에 여자애가 다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구!
"여러분! 조용히! 네..." "그 땐 남장을 하고 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남장이라? 그러고 보니 3학년 때 우리 반에 김민영이란 이름의 애가 있었다. 쟤가 여자란 말이야?? 뭐 좀 여자애같다는 느낌이기는 했지만, 설마 진짜 여자일 줄은...
"김원택!"
호명되었군. 흠... 뭐라고 할까.
"네! 광덕중학교 출신입니다만, 우리 반에 아는 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 "생각...이라뇨?"
"그건..." 하고 이야기하려다 주위를 한 번 둘러봤더니 민영이가 나한테 눈짓을 하고 있다. 제발 이야기하지 말라는 듯 한 눈짓이어서 계속 말했다.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께요. 아무튼 저도 CA 시간에 선생님 담당인 테이블토크 반에 들 생각입니다. 저도 테이블토크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게... 잘 부탁드립니다." "호호호호, 테이블토크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니 선생님 기분이 정말 좋은 걸요. 그럼 다음..."
선생님과의 상견례가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사용할 교과서를 받아 챙긴 뒤에 계단을 내려가던 중에
"원택아!"
돌아서 보니 민영이가 서 있었다. 싱긋 웃으며.
"미, 민영아. 너..." "그보다, 아까, 고마웠어." "역시 맞구나... 작년에 너 우리반이었어." "맞아." "어떻게 된 거야? 남장까지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그러려면 계속 그러든지..." "계속 그러고 싶었는데, 더 이상 남장할 수가 없거든."
하고 싱긋 웃는 민영이의 얼굴이 정말 예뻤다. 예뻤다...?? 뭐야! 민영이는 그냥 친구라구! 이봐! 정신차려!!
"아, 무슨 문제라도?" "응... 여러 가지..."
하며 얼굴이 발갛게 물드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 꿈이라도 꾼 느낌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저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뿐인데... 이 모든 일이 하룻새에 벌어지다니. 남자애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여자였는가 하면, CA 반에 테이블토크 반이 있지를 않나, 엘프 귀를 달고 다니는 선생님까지... 뭐,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배부른 고민인가?
졸리군... 자야겠다. 몇시지? 겨우 8시인데? 그래도 졸려... ---------------------------------------------------------- 눈을 떴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누군가 내 손을 꼭 붙든 채 침상 옆 의자에 앉아서 잠들어... 침상? 침대가 아니구?
옆을 보니 어떤 여자애가 잠들어 있는데, 짧은 머리에, 붉은색 로브를 입고, 옆구리엔 단검을 차고, 오른쪽엔 1m는 충분히 됨직한 지팡이를 놓아둔 행색이 꼭 환타지 소설의 마도사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입고 있는 옷도 무슨 중세시대에나 등장할 만한 옷이군... 어떻게 된 거지?
"깨어났군요, 슈타인."
슈타인? 난 원택이라구! 잠깐... 이건... 꿈인가?
"잠깐, 혹시, 기억을 잃었나요?"
잠깐, 당신은 우리 새 담임선생님이잖아! 어떻게 된 거지?
"일어나요, 마이라, 슈타인이 깨어났다구요."
마이라? 지금 자고 있는 이 여자애 이름인가?
"아...음... 어, 슈타인! 깨어났구나!"
하며 나를 와락 껴안은 이 여자애는... 악! 민영이잖아!
"마이라, 그렇게 좋아요? 슈타인이 깨어난 게?" "당연하죠! 내가 슈타인을 얼마... 앗차. 세라, 사람 놀리기에요?"
하며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을 보자니 정말 민영이랑 똑같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이지?
네... 보시다시피 전형적인 이계진입 깽판물...의 패러디가 목적인 글이었습니다만, 역시 작가관이 없던 시절에 대충 떠오르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만들었던 이야기라서 엉망에 개판 오분전.
잠들면 평행세계로 스위칭해 들어가고, 그 평행세계에서 잠들면 다시 원세계로 돌아오는 주인공이 서로 침식해 들어가는 평행세계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라는 황당한 플롯을 구상하고 열심히 글을 써봤으나, 능력부족으로 GG -_-
혹시라도 요청이 50히트 넘으면 뒷부분도 공개할 가능성 있음(펑)
물론, 뒷부분이라고 해도 이 전체 플롯의 1/10도 완성하지 못하고 능력부족으로 손들고 GG쳤으니 결국 미완성으로 남은 글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