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오늘은 총학생회 선거 마지막 날이다.
판단을 잠시 미뤄 뒀다가, 마지막 날인 오늘 투표를 했다. 기표소가 워낙 많은 곳에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생회관 앞,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투표를 했다. 그런데 선거인명부를 보니 내 이름이 적혀 있는 페이지에서 투표한 사람이 나 말고 한 명-총 두 명-밖에 없었다. (명부 한 페이지 당 등재인원은 30명쯤은 되어 보였다.)
내 이름을 찾기 위해 선거인명부를 몇 페이지 넘길 때 힐끗 훔쳐본 결과 다른 페이지도 상황은 대충 마찬가지였다. 기표소가 보이기에 당연히 투표를 할 목적으로 다가가고 있는데도 선거관리위원은 날 보자 반색을 하며 "안녕하세요! 투표 하셨어요?" 라 묻는다. 싹싹하기 이를 데 없다.
"총학인가요?"라고 반문하자 "예."라고 답변한다. 며칠 전부터 검토한 대로 절대 찍어주지 않을 두 선본을 제거한 뒤에 남은 두 선본 중에서 좀더 마음이 기우는 한 선본 쪽에 기표를 한다.
투표를 마치고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자 선관위원이 "감사합니다!" 라고 여전히 싹싹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정말 고맙다는 감정이 얼굴에 묻어난다. 그 열정이 부럽기 이를 데 없다.
그래도 총학생회 선거 투표는 내 권리 찾아먹기인데, 어째서 선관위원이 고마워해야 하는 거지...
- 그러나 장담컨대...
최근 몇 년 동안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정족수 미달로 인한 연장투표가 있겠지. 그리고 그것은 여태까지의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선본들이 자초한 바가 크다. 우리 학교 총학선거 사상 최대 최악의 스캔들을 자랑하던 "광란의 10월" 선본조차도 연장투표의 고리를 끊어내지는 못했다. (나는 그때 함께 출마했던, 사회참여 성향이 가장 강했지만 어디보다도 솔직하게 선거운동에 임했던 선본에 한 표를 행사했다. 그 선본은 결국 최소득표를 기록했지만...)
그리고 아직 선거기간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다음주쯤 돼서 선거 끝나면 이 글을 수정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출마한 선본들 중 내가 두 선본을 제외한 이유는, 그들이 너무나도 가식적으로 내 눈에 비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은 두 선본 중 가장 적나라하게 솔직해 보이는 한 선본에 내 표를 주었다.
- 총학선거 유감 -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학습
총학생회 선거는 대선에 비유할 수 있다. 총학생회장이 대통령과 동급이라는 생각을 총학생회장에 대한 과대평가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 반대로, 나는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총 시민회장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총학선거를 통해 나는 '거대한 대 정치 무관심'이 학습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서 매번 연장되는 총학생회 선거. 총학선거는 대선보다도 투표하기 쉽다는 점에서 걱정되는 수치이다.
(대선 당일은 일종의 법정 준 공휴일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다른 데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총학선거는 당연히 휴강과 상관없다. 강의 중간중간 지나가는 길목 어디에나 기표소가 있고, 잠깐 들러서 1분 정도만 할애하면 투표할 수 있다.)
전술했듯이, 학생 일반에 만연한 학생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여태까지 출마한 선본들 자신이 자초한 바가 크다. 유산이 빚 뿐인데도 그 후계자들은 빚을 청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빚을 부풀려 오기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해야 한다. 지금 고착된 작은 정치 무관심은 훗날에 좀더 큰 정치 무관심으로 발전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집단에게 유리하다... 전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집단일수록 걔네들이 뭔 개삽질을 해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부동(不動)의 지지층이 있다. (부동층-浮動層-이 아니다) 그리고 그 철밥통은 반드시 투표를 한다. ㄱ- 합리적 성향을 지닌 유권자들이 투표하러 나오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는 훨씬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재보선에서 승리하는 당은 반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집단이라는 방증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뭐, 국민의 심판? 웃기지 마시라.)
-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간단하다. 싫으면, 무효표라도 찍어 버릇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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