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 Playstation (2가 아님)

이건 별로 화엠 시리즈는 아닙니다만, 트라키아 776 이후로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퇴사한 화엠 시리즈의 메인 디자이너 카가 쇼죠가 Tirnanog(티르 나 노이)라는 회사를 차린 뒤 엔터브레인을 통해서 발매한 물건으로, 화엠 시리즈 중 하나라고 누가 말하면 그대로 믿을 법한 물건입니다.

(발매 시점은 봉인의 검 출시 이전으로, 꽤나 오래된 게임입니다.)

스토리는 성전의 계보에서 보여주는 그 콩가루틱(최소한 여기서는 암흑신을 강림시키기 위해서 남매 근친교배혼을 통해서 후손을 얻어보겠다는 시도는 안나옵니다-_-)함을 많이 벗어나서 좀더 진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남자주인공도 둘, 여자주인공도 둘. 성전의 계보 식은 아니지만 일종의 커플링 시스템 비슷한 것이 건재합니다. 여자는 절대 공격하지 않는 신사(라고 쓰고 카사노바라고 읽는다) 아군도 있고, 활의 여신이라는 칭호를 달고 백발백중 일격 크리티컬을 자랑하지만 절대 상대를 죽일 수 없어 HP를 1은 반드시 남겨놓는 궁수 아가씨도 나옵니다.

스토리 자체는 기존의 화엠 시리즈보다 진부하고 전형적이라는 느낌입니다만, 캐릭터의 개성이 기존 화엠 시리즈보다 잘 살아 있고(위에서 소개한 건 그야말로 약간입니다. 스토리 진행상 핵심 내용 미리니름이 될만한 인물들은 뺐습니다), 고뇌하는 인물들의 갈등은 탁월한 심리묘사를 통해 잘 살아나 있습니다. 성전의 계보 식이 아닌, 전형적인 텍스트 어드벤쳐 식 문답선택 분기를 통한 커플링(!)도 선보이고 있네요.

PS라는 플랫폼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뒤쳐진 그래픽과, 인물들의 유치찬란 형형색색 파스텔 톤의 머리색 선정 등등 겉보기에는 초라해 보이지만(그런 주제에 로딩이 길다-_-) 게임 자체로의 재미는 상당한 편입니다. 화엠 팬들이 불타오를만한 것도 잔뜩!

그러나 이 게임이 왜 괴작이냐면 -_-

스토리상 특정 시점에서는 절대 죽일 수 없어야 하는 드래곤이 있는데, 버그인지 디자이너의 실수인지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이 녀석을 죽일 수 있...

중반에 들어오는 동료 중에 돌격 스킬이 있는 유부녀(오!) 마도사가 한 명 있는데, 마력과 공속이 무지 잘 오릅니다. 잘 키우면 저 드래곤과 조우하는 시점에 마력 최대치와 그럭저럭 쓸만한 공속을 맞추게 되지요. 이 아줌마(...)한테 마법 실피드를 장비시키고 저 드래곤에 돌격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두 번 돌격시키면 저 드래곤 죽습니다(......) 그리고 댄서가 있습니다 -_-

저 시점에서 저 드래곤이 죽으면 악당이 4룡을 모아서 뭔가 시도하다 폭주해서 사고만 터지고 주인공 일행은 사고를 수습한 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안되잖아요? -_--_--_-

그래서 이 게임은 괴작입니다.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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