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그들을 보면 뭐라 말할까 - 허지웅님 블로그에 트랙백합니다.
저 자신이 크리스천인 문제도 있고 해서, 가능하면 종교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배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 글도 종교 교리 자체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문제는 최대한 배제하게 될 듯 합니다.
이하 존칭은 생략합니다.
바야흐로 기독교 수난시대이다.
혹자는 물을지도 모른다. 대통령도 개신교 측에서 나름 짱먹는 교회 장로이고, 뉴라이트다 뭐다 해서 종교의 이름으로 권력을 틀어잡은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무슨 수난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수난시대이다. 온갖 비난의 집중포화에 시달리는 개신교는 그 와중에 개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까지 얻었고, 얼척없는 사람들 탓에 개신교와 도매금으로 싸잡혀 비난당하는 가톨릭은 억울하기 짝이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평신도들 상당수는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걸 밝히는 게 부끄럽기까지 한 이 세태. 확실히 기독교 수난시대 맞다.
이 글에서 트랙백한 원글의 결론이 일갈하듯
이 땅의 주류 교회에 지금 당장 절실한 건 더 큰 성전도 정당도 보수정권도 아니다. 영적 두려움이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런 논쟁이 오갈 때 꼭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다. 그것은 "그들은 소수고, 제대로 된 기독교인이면 안 그런다"는 변명(?)과, "그들이 어딜 봐서 소수냐. 썩은 게 다수이고, 따라서 기독교는 썩었다"는 반박(?!)인데, 아니나다를까 트랙백한 원글에 달린 댓글 상당수가 이런 변죽을 때리고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그들 모두 아래의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혹시나 난독증 환자가 방문할 듯 하여 첨언하자면, 허지웅님의 저 글은 내가 이글루스에서 보아 온 기독교 비판 관련 글 중 가장 좋은 글에 속한다. 단지 저 글에 엉뚱한 덧글을 달고 있는 난독증 환자들이 문제일 뿐)
첫째. [썩은 놈이 다수이냐 소수이냐]는 절대로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썩은 놈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았음에도 필연적으로 썩은 것이냐, 아니면 그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썩은 것이고, 말씀대로 살았다면 썩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이 논리대로 말한다면 저 위의 변죽성 논쟁은 무의미해지고,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허지웅님의 일갈이 말하듯, 그들은 이미 영적 두려움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무시하고 자기 잇속을 채우느라 바쁜 잡것들임이 명확해졌다.
둘째. 과연 기독교, 그 중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개신교가 구조적으로 저 썩은 먹사들을 쳐내는 것이 가능한가의 문제에 대답할 수 있는가이다.
가톨릭은 하나의 거대한 조직이다. 정점에 교황이 있고, 그 아래로 추기경 직분이 있는 등, 의사 결정 구조가 철저히 하나의 시스템 하에 계층구조화되어 있는 그러한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이라면 하나의 거대한 의지가 조직 전체에 작용해서 조직 전체가 변화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개신교는 엄밀히 말해
점조직이다. 한국기독교총연맹(이하 한기총)이 가장 큰 세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한기총의 의장이 한기총 산하 교단들을 치리하는 것조차 아닌 연맹체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산하 교단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 쯤 되는 위치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보니 개별 교단이 한기총에 가맹하거나 탈퇴하는 일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실제로 한기총에 가맹하지 않은 채 KNCC나 독립교회연합 등, 한기총과 다른 별개의 연합체를 형성한 교단들도 꽤 많이 있고, 이 모든 조직과 교단들을 합쳐서
자타공인 개신교라 부른다.
이러한 구조이다 보니, 일반인들의 오해와는 달리 한기총의 대표라고 해서 개신교인들이 투표로 선출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그저 같은 이익집단 안에 있는 목사들끼리 편의상 반장 선출해놓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혹자들이 상상하듯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 같은 상징성을 갖는, 개신교 전체를 대표하는 위치가
아니란 것이다. 결국 기독교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기총의 대표든 뭐든 그냥 일개 목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정치적으로 완전히 타락할 대로 타락해 버려 영적 두려움조차 없는.
이것이 자정노력이 무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개신교가 대한민국의 국교도 아닌데,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한다면 그건 오히려 私刑이 되기 때문에 부당하다. 엄연히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 아닌가. (한숨) 그게 예수교가 됐건, 나대로교가 됐건 호로교가 됐건 말이지.
오랜만에 비판의 핵심을 잘 짚은 글을 읽었기에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몇 자 덧붙여보았다. 정당하고 타당한 비판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하지만 사실관계와 전혀 상관없는 논점일탈성 비난은, 내가 언제나 말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런 욕을 들어쳐먹어도 싸다.
그 따위로 하면, 니들이 욕하는 개독이 니들이랑 다를 바가 뭔데.
덧1. 한기총 산하(?) 교단 소속 교회들의 성도수를 다 합치면 머릿수가 가장 많으니까 한기총이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와서 첨언합니다.
그 질문에 대답하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야겠습니다.
1. 한기총 의장은 한기총 소속 교단 목사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제가 알기로 한기총의 의장은 소속 교단의 대표목사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것으로 압니다. 말하자면 간접선거의 간접선거의 간접선거 쯤 됩니다. 이쯤 되면 대표성을 따지기가 무의미해진다는 정도는 아실 거고요.
2. 교회 성도들이 교단 내부의 정치적 상황에 민감해서 그에 따라 목사를 선임할 수 있는 투표권을 가진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대형교회 성도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 [하나님의 종이자 대리자]인 목사님이 맞다고 하니까 맞는가보다 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분들 꽤 많죠.
그렇다고 그게 성도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상당수의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그런 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특히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목사들의 경우 더욱 그럴 때가 많습니다. 예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성도들의 머릿수가 자신의 권력쯤 되는 걸로 착각하고 그 힘을 휘두르지요. 지상제국이 아닌 하늘나라를 소망하라고 가르쳤던 예수의 가르침은 간데없죠.
많이 봐줘봤자, 한기총 의장은 한기총이라는 이익집단에 적극적으로 붙어 단물을 빨아먹는 목사들을 대표하는 자리일 뿐입니다. 한기총을 탈퇴하지 않는 것 자체가 한기총의 방향성에 동의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교단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은 교단의 대표목사죠. 시니컬하게 말하면 [작은 한기총]의 의장인 겁니다. 이런 구조에서 [성도들을 대표하는 한기총]이라는 공허한 구호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껍데기죠.
덧2. 이런 주제의 글에 와서까지 물타기하시는 난독증 환자가 계셔서 한 마디 첨언합니다.
Commented by 時雨 at 2008/02/20 17:14 # x
그런데 그런 소리하려면 개신교가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한다던지도 하는 헛소리도 하지 마세요. 그 주장대로라면 개신교의 경우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교회별로 따로 계산해야 할테니까요.
제 글에서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수냐 소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예수의 가르침대로 행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요. 이 논리는 이렇게도 치환 가능합니다.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행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기 위해 행한 것인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반성 과정을 거쳐서 저는 한국 기독교가 사회에 공헌을 많이 한다는 게 [절대로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따라서 저 자신은 절대 개신교가 사회에 공헌을 한다니 어쩌니 하는 논리를 전개한 적도 없습니다.
제발, 난독증에 무뇌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남의 블로그에까지 와서 자랑하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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