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즈음하여 보이는 여러 가지 보도 행태들을 보며 든 생각.

MBC가 무슨 정의의 투사라도 돼서 지금과 같은 보도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KBS나 SBS가 무슨 정권의 개라도 돼서 지금과 같은 보도행태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각 방송사는 모두 '사주의 판단에 따라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KBS나 SBS는 눈 앞의 이득(정권에 밉보일 경우 얻을 불이익을 회피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할 SBS와, 그냥 사장이 병신이라 그 밑에 있는 본부장들이 보신주의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확립(...)한 KBS는 물론 입장이 다르지만, 어쨌든 눈 앞의 이득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에 연연하는 반면, MBC는 조금 더 장기적인 이득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하겠다.

언론이 정권에 유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리하다.
정권에 유착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민과 멀어지는 것과 같다.
(국민 친화적인 정부라면 굳이 언론을 유착시킬 필요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론과 정권이 유착해야 하는 상황이란, 정권이 뒤가 켕기는 게 있어서 언론통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국민이란 결국 프로그램을 시청해주는 시청자이며, 광고료의 척도가 되는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소비자이기도 하다.

즉, 장기적으로 권언유착이 길어질수록 민심과 유리될 확률이 커진다. 그리고 이것은 장기적으로 불리하다. (실제로 조중동의 광고단가가 낮아졌던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단기적인 영업방해를 피하는 방법을 선택하는가, 장기적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하는가의 방법론 차이. KBS/SBS와 MBC의 차이는 여기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마치 구글의 슬로건 Don't be evil.이 그저 장기적으로 '그 방법이 회사의 가치와 이득을 높이는 데 좋기 때문에 채택되었음'에 불과한 것과 같다.
by hislove 2009. 5. 29. 0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