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에서 그분을 만나서 놀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걸어내려오던 중에 어떤 음식점 정면에 붙어 있는 특별가 메뉴광고를 보았습니다.

[베트남식 닭고기 바베큐 덮밥 8000원 -> 4000원]

닭고기! 를 마음 속으로 외치며 간판을 보니 이렇게 씌어 있더군요.

Oriental Fusion Dining One Cook 34


지금 생각해보면, 퓨전이라는 게 좀 많이 불안하다는 그분의 말씀을 들었어야 합니다만, 닭고기 바베큐라는 말에 혹해서 저기를 가보자 하고 들어갔습니다. (...)

0. 시작부터 꼬였다.

"주문하시겠어요?"

"저거 주세요."

"아 저건 하루 100그릇 한정인데 오늘은 재료가 다 떨어졌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그냥 일어나서 나갔어야 하는데 예의상 차마 그러지를 못한 것이 시작부터 꼬였습니다. (......)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전부다 쌀국수였습니다. 아니, 밥 메뉴가 왜 없지? 그럼 저 앞에 씌어 있는 정가 8000원이란 건 뭐고? (...)

1. 첫 번째 실착

그분은 양지 차돌박이 쌀국수를 주문하셨고, 저는 매콤한 굴 쌀국수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굴이라면 좀 환장을 하는지라)
쌀국수를 파는 집이라면 당연히 나오는 양파피클과 레몬 조각이 먼저 서빙됐습니다. 그분도 저도 양파피클을 좋아하는지라 한가닥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씹는 순간...

신선한 양파향이 입 안 가득 퍼지더군요. 음... 신선하군...

이 아니잖아!

아니 피클이 신맛이 하나도 없고 생양파맛이 그대로 나는게 정상이냐!!!!!!!!!!!!!!!!!!!!!!!!!!!!

2. 두 번째 실착

양파피클부터 기분을 꽤나 상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국수만 먹을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싶어서 쌀국수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서빙된 양념그릇에다 테이블 위에 있던 해선장(?)과 칠리소스를 적당히 뿌린 뒤에 잘 섞어서 간을 보았습... 응?



쌀국수 소스로 해선장이 아니라 돈가스 소스를 갖다놓는 집이 어딨어!!!!!!

...... 이쯤 되니 그분께 너무 죄송하군요. (울적)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능... (써걱)

3. 세 번째 실착

쌀국수가 나왔습니다. 기본 육수 맛이 어떤가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았습니다.



응?



향신료 어따 팔아먹었어!!!

베트남식 쌀국수를 먹어본 분이라면 그 육수에 독특한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 가게 쌀국수 육수에는 향신료가 거의 안 들어가서 뭔가 허전하면서도 니길니길 느끼한 기운이 화아악 올라오더군요...

그리고 그분의 양지를 한 조각 얻어서 입 안에 넣고 씹었습니다. 근데 처음 씹는 감촉이...

뻣뻣한 껌 씹는 느낌......



4. 결론

네. 다시는 이 집 안 갑니다. 신림 9동에는 가격도 착하고 맛도 킹왕짱인 쌀국수집인 [포36거리]가 있단 말입니다! ㅠㅠ

기분 팍 상해서 이 가게 사진 없습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 때문에 괜히 맛없는 저녁을 먹어야만 했던 그분께 정말 죄송해요 ㅠㅠ
by hislove 2007. 12. 1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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