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 바보처럼 살꺼에요."를 부르라고?

 

이 의견에 동의한다. 연대를 가장한 일방적 희생 강요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것이 적을 이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처럼 보이더라도, 그 심연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유료도로당 당주 보자관이 라수 규리하를 일컬어 "역시 그는 학자군요. 학자가 전쟁을 하면 그렇게 되는 법이지요." 라 술회하는 장면을 보며, 라수의 전쟁관과 유시민의 전쟁(선거는 결국 전쟁이다!)관이 오버랩되는 건 내 지나친 상상은 아닐 것이고, 그것이 내가 유시민의 방법에 선선히 한 손을 보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개좆 같은 적들이 저기 있"다지만, 전쟁은 논리적으로만 접근할 수는 없는 것이거든.

왜냐면, 유권자들이 모두 논리적이지는 않고, 항상 선거의 변수는 이 '비논리적인(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로부터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기왕 1:1로 갈 거라면, 당연히 '가장 될 만한 후보'로 단일화하고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내 경선의 승리자였지만,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라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무방한" 제안을 선선히 받아들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가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본다.

(사실 노무현님 이후로, 난 어떤 정치인도 지지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의 적자라 불리는 유시민조차도 나는 '지지하지' 않는다.)

 

솔직히 딱 까놓고 말해서, 수도권에서 진보정당의 후보가 한나라당과 1:1로 붙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민주당 혹은 국참당의 후보가 한나라당과 1:1로 붙어 이길 수 있는 가능성보다 높다면, 그곳은 진보정당의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이 맞다. 상향식 공천을 통해 각 당마다 후보를 결정하고, 그 안에서 여론조사 등의 방법을 거쳐서 최종 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아마 호남 제외하면 민주당은 거의 전멸할 것이 뻔하고(반 한나라당의 상징이었던 서울 관악구가 점령당한 이상, 수도권은 이미 한나라당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민주당은 힘을 쓰지 못한다)... 사실 어쩌면 진보정당 쪽이 오히려 수도권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긴 한데, 그렇게만 말하기엔 또 수도권의 유권자는 정의보다는 부동산을 사랑하거든. 이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 철저한 사견임을 전제하고 술회하자면, 민주노동당은 '또 하나의 진보연하는 보수정당'이라 판단하며, 연대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도 않다. 진보신당-언제까지 신당일지는 모르겠지만-과 사회당까지가 연대의 대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사회당에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닥치고 기본소득 때문인 건 아니지만...)

 

결국 푸념만 남는다. 하아.

by hislove 2009. 11. 30.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