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blog를 돌다가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가 있어서 글을 하나 써 보려 합니다.

모든 도구들에 각자의 의미를 담아 정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런 분들의 입장을 존중합니다.

블로그라고 정의된 어떤 개념과, 그 개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적인 도구가 혼용되어 사용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블로그의 정의 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어떤 이는 블로그라는 매체가 가져야 할 형이상학적인 가치(1인 미디어, 공개되어 있을 것, 자유롭게 접근해서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할 것 등?)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블로그라는 매체가 갖추어야 할 기술적인 기능(트랙백이라는 독특한 프로토콜, RSS 등)에 주목합니다.

저는 이글루스를 사용합니다. 이글루스는 블로그 전문 회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블로깅 툴을 제공하는 회사이지요.

그런데 제 블로그가 과연 블로그의 정의 를 생각하는 수많은 분들의 기준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인가 반문해 보자면 글쎄올시다 겠군요.

왜냐면, 제 블로그의 형이상학적인 가치는 "잡탕"이거든요.

어떤 고정된 형이상학적인 가치로 블로그를 정의한다면, 제 블로그는 표준(?)의 블로그는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적인 기능으로 블로그를 정의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저는 이쑤시개로 귀를 후비고, 과도로 편지봉투를 뜯기도 하며, 손톱깎기로 새치나 가시 등을 뽑기도 합니다.

졸리면 읽던 책을 그대로 머리 밑에 침대가 아니라 베개 대신 받쳐놓고 잠을 청하기도 하지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와는 상관 없이, 저는 제 도구를 "제작자가 원래 의도하지 않은 용도"로 사용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그리고, 제가 사용하는 블로그 툴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블로그의 정의라는 게 굳이 필요한가 라는 회의가 생기는군요.

이글루스가 블로그 툴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블로그 툴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무언가가 블로그인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블로그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작업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이 증언에 모순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저 증언 자체가 '보편적인 블로그의 정의'가 없을 경우 '블로그 툴'이라는 정의까지 모호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네요 -_-)

덧. 하지만, 저는 다른 분들 집에 가서 긴 발톱이 거추장스럽다 하여 손톱깎기로 발톱을 깎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 분이 손톱깎기와 발톱깎기를 따로 준비해 두고 그걸 철저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말이지요.)
by hislove 2005. 11. 16.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