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필 꽂히면 러시아 시 몇 개를 번역해서 옮길 생각이다. 몇년 전에 번역해 놓은 걸 그냥 갖다붙일 때가 더 많겠지만 :)

이 시의 제목은 ***에게 (영어로 따지자면 to ***).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에게 바치는 헌정시이다.

알렉산드르 세르게이비치 뿌쉬낀 시.
나는 기억하오, 기적의 순간을.
내 앞에 당신 나타난 그 순간을.
스쳐 지나가는 환상처럼,
순수한 미의 화신처럼.

희망 없는 우수의 괴로움 가운데,
소란한 공허의 혼잡함 가운데,
내게 울려온 기-인 상냥한 목소리,
보이는 부드러운 얼굴.

세월은 흐르고. 격렬한 감정의 격노가
옛 꿈을 산산이 흩어 버리고
난 잊었소. 그대의 상냥한 목소리를.
그대의 천상의 모습을.

인적 없는 곳, 유형의 어둠 속에서
나의 날들은 조용히 늘어져 갔다오.
신성도, 영감도,
눈물도, 삶도, 사랑도 없이.

영혼에 깨어남이 찾아왔소.
여기 다시 당신이 나타났소.
스쳐 지나가는 환상처럼,
순수한 미의 화신처럼.

심장은 환희로 고동치고,
그것을 위해 살아났소.
신성도, 영감도,
삶도, 눈물도, 사랑도 다시.



그런데 이거 유부녀한테 바치는 시 치고는 좀...(...)

역시 바람둥이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뿌쉬낀이었다.

by hislove 2005. 8. 24.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