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자면, 나는 조지 W. 부시가 정말로 맘에 들지 않아서, 제발 사라져 버렸으면 싶지만, 그는 분명 존재한다.

내가 미국에 건너가서 조지 W. 부시를 암살할 수 있지 않느냐 라고 말하지 말라.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관점이 아니니까.



세상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는 존재할 수 없다"고 부르짖는 것들이다.

요새 환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봐서 "신"이라는 단어를 그냥 무슨 "인간과 다른 어떤 종족" 정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거 같은데, "신"이 인간의 이해영역 안에 있다면 그게 신인가?

일단 신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신이란 것이 초월적 존재이며,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도 가정해보자.

그 신이 어쭙잖은 인간의 도덕관이나 윤리관 따위에 영향을 받을 것 같은가?

"세상에 정의는 없어! 그러니까 신이 있을 리 없어!" 따위는 헛소리다. 대체 그 "정의"라는 말은 누가 정의할 건가?



그냥 겸허하게 모르겠다고 말하자. 그리고 "나는 신이 없다고 믿는다." 정도까지는 말할 만도 하지.

"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믿는다."에 참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믿음은 스스로의 자유이자 자결권이고, 그에 대해 누군가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니까.

하지만, "신은 없어. 내가 원하니까." 따위 헛소리는 지껄이지 말자.

그거 아나? 지독한 불신은 지독한 광신과 동급이다.

그러니까, 신이 없다고 믿는 것 자체는 문제삼고 싶지도 않고, 문제삼을 수도 없고, 문제삼아서도 안 되지만...

신이 없다는 것을 공리화하려는 시도는,

그들이 날마다 비난하고 까대는 길거리 노상포교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는 거다.

'가벼운 이야기 > Culture in Cul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이글루스에 눌러앉은 이유  (4) 2005.08.08
내가 구글을 사랑하는 이유  (6) 2005.08.08
25280  (7) 2005.07.27
그래도 난 넥슨이 싫다 -_-  (11) 2005.07.09
127.0.0.1  (3) 2005.05.28
by hislove 2005. 8. 2.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