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따른 표제어 포스팅 시작-

도구에 대한 내 지론은 있는 건 최대한 활용하자. 로 요약된다.

두꺼운 양장본을 읽다가 졸린데 베개가 없다면 아무 망설임 없이 책을 베고 잠을 청하는 인간.

PDA로 책을 읽다가 귀가 가려우면 스타일러스 펜으로 귀를 긁는 인간.

그게 나다.

그러다보니 내가 가진 기계들은 하나같이 혹사당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건, 나는 돌팔이다. 감으로 기계를 다루며, 직감으로 문제를 짚어내고, 안 되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야매다.)

그런데 묘하게 내가 다루는 기계들은 오래 간다.

심지어는 중고부품 몇개 사다가 업그레이드 하고 퇴역한 부품들이랑 짜맞춘 고물 컴퓨터도 내 손에서는 매우 멋지게 일해 주었다.

(그걸 모 군에게 양도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매일 말썽부리고 있다고 한다 -_-)

내 MDR은 현역 8년째를 뛰고 있는데 외장에 흠집 하나 없다. (실금이나 자잘한 긁힘 같은 건 있지만 그것도 뚫어져라 들여다봐야 간신히 발견할 수 있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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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설명서 없이 기계조작 방법을 익히는 건 익숙했고, 심지어는 간단한 고장은 고쳐서 쓸 수 있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교회 복사기가 고장나면 AS 기사를 불러야 하는 큰 고장이 아니면 내가 고쳐서 쓸 정도였다 -_-

이럴 때도 신기하게 기계들이 내 말은 잘 들었다.

분명 내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만지면 작동하지 않는 기계가 내가 만지면 제대로 작동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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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PC방을 운영하는 형이 한 명 있다. (C모군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거기)

놀러 갔는데, 마침 그날 거기 컴퓨터 한 대에 문제가 생겼다.

"이러저러요러하게 한 다음 재부팅하면 해결될 겁니다." 라고 하니까 "그렇게 해봤는데 안되던걸?" 이라고 하시기에 뭐가 문제일까 가서 이러저러요러하게 다시 처리한 다음에 재부팅했더니 멀쩡하게 돌아가는 컴퓨터 (...)

과연, 기계는 사람을 알아보는 것일까.
by hislove 2005. 4. 19.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