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따른 표제어 포스팅 시작-

올레샤 닷컴을 알고 있습니까. 제가 소유하고 있는 도메인입니다.

네... 제가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그 얼마 되지 않는 사람 중 1위가 바로 유리 카를로비치 올레샤. 바로 저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작가가 아닌 동정하는 작가 이름에서 자기 도메인을 따오는 센스는 뭐냐(...) 라고 하신다면, 두 가지쯤 변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뭐 일단 넘어갑시다.)

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차마 반말로 찍찍댈 수가 없네요. 생각만 해도 참 불쌍한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자업자득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이 사람이 참 불쌍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군요.

올레샤는, 20세기 초에 러시아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아왔었던 작가입니다. 그런데도 별로 유명하지가 않네요. 어째서일까요?

그의 작품 중에 대중에 널리 알려지는 첫 계기가 되었던 <질투Зависть>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논쟁에 휘말린 탓에 그 이후로 절필을 당해버렸기 때문이지요.

(번역출간된 게 하나 있긴 한데 무슨 전집에 들어있는 것 딱 하나입니다. 번역된 거 구해서 읽어보기도 참 난감하죠. 학교 도서관에 없다면 이제 읽어볼 수도 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네요.)

<질투>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삼극단(양극단도 아닌)으로 치우쳐버렸던 게 문제였지요. 일단 작품이 출간된 초기의 반응은 열광이었습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작가 자신은 저걸 연극으로 각색해서 무대 위에 올리기까지 했었으니까요. (지금도 뻬쩨르부르크 쪽에서는 종종 상연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른 뒤에 평가가 이상하게 꼬여서 사회주의 리얼리즘SR 신봉자들은 그를 반동으로 매도했고, 소위 반동이라 불리던 예술가 집단은 그를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개라고 욕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의 소설을 현실참여가 결여된 순수 예술소설(물론 매도의 의미로-_-)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요.

한 작품에 저렇게 양립할 수 없는 극단의 평가가 세 가지나 엇갈릴 수 있는지, 그것도 참 대단한 재능일지도 모르지만 정작 작가 자신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것도, 아무리 봐도 모더니즘도 아니고 포스트 모더니즘에 가까운 글을 쓰던 그에게는 말이죠. 결국은 꽤나 시대를 앞서갔던 게 문제랄까요-_-

그 이후로 자기 글을 쓸 수 없게 되어버린 그는 결국 거의 은둔하다시피 하고, 동화 몇 작품을 쓰기는 했지만 그다지 평가가 좋지는 않습니다. 그 와중에 나온 <세 뚱보들> 이라는 작품 하나는 매우 평가가 좋았지만, 그뿐이었군요.

(여담이지만 <세 뚱보들>에는 아무리 봐도 한국 이름이라고 생각되는 이름을 가진 아가씨가 하나 등장합니다. 여담일 뿐입니다만.)

저 스스로는, <질투>는 괴작이지만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재능을 30대에 보여준 작가라면 만년에는 정말 멋진 역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질투>는 언젠가 멋지게 번역해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문체가 워낙 난해해서 제 수준으로는 그저 간단한 독해가 고작입니다. 단 하나 나와 있는 유일한 번역본은 다행히 중역이 아니라 직역(의역의 반대 직역이 아니라, 러시아어를 바로 우리말로 번역했다는 의미입니다.)이고, 번역자도 제가 신뢰하는 분(열린책들의 뿌쉬낀 전집을 번역하신 석영중 선생님. 아마 지금은 고대 노문과에 계실 겁니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번역에 아쉬운 포인트가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는 러시아어의 특징이라서... 고심하신 흔적이 눈에 많이 보이더라구요. :)

<질투> 하나만 놓고 보자면, 그는 정말 멋진 작가입니다. 하지만 작품 하나 가지고 '사랑하는 작가 리스트'에 올리기는 좀 뭣하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그런 사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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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love 2005. 4. 3.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