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포처는 http://cistus.blog4.fc2.com/ 이며,
한글로 해석은 MAD DOGS의 연유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저는 나를 들여다 보는 창(이하생략)에서 가져왔습니다.

00. 이름과 사이트명을 말해 주세요. 또, 괜찮으시다면 무언가 한마디.
> 타이틀 닉은 hislove. 창작보다는 비평 쪽을 좋아하지만, 단문짓기라면 또 좋아하지요. 그런 고로 가져왔습니다 :)

30-32번 추가했습니다.

수시로 업데이트됩니다(최종 업데이트 : 2005년 9월 9일 오후 5시 15분)


01. 고백 (告白)

"꼭 와줘. 꼭 해야 말이 있어."

지금은 아무 대답도 들어서는 안 된다. 그대로 돌아서서 냅다 달렸다.

... 결국 그날 밤 그 아이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하릴없이 삿포로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
.

그 날 저녁, 아현동까지 오는 5712번 버스가 양화대교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02. 거짓말 (虛)

사람들은 노인이 '나이 먹으면 죽어야지', 노처녀가 '평생 시집 안갈거야', 장사꾼이 '밑지고 파는 겁니다' 를 3대 거짓말로 꼽는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거짓말은 아마도 이것 아닐까.

"너 같은 놈 따위, 딱 질색이야."


03. 졸업 (卒嶪)

"어째서 애들은 졸업식 날 밀가루를 뒤집어씌우는 걸까?"

"무슨 소리야?"

"졸업식이라면 좀더 엄숙하고... 뭐랄까, 아무튼 학창시절을 마무리한다는 소중한 의미가 있는 날이잖아? 그런데 왜 그런 날을 그렇게 망치고 싶어하는 걸까?"

"망쳐? 아니야. 그런 건 절대 아냐."

"그게 망치는 게 아니면, 뭐라는 거야?"

"결국, 잊고 싶지 않은 거야. 학창시절을 마무리짓는 그 날을. 다시 오지 않을 어린 시절의 마지막 날을."


04. 여행 (旅)

친구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친구의 앨범 표지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었다.

내 어린 시절, 그 추억 속으로 떠나는 여행 가이드


05. 배우다 (學ぶ)

세상이 배운 만큼 편해진다고? 아니. 세상은 배운 만큼 복잡해지는 법이야.

06. 전차 (電車)

신도림에서 삼성역까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왜 깨어 보니 당산철교를 건너고 있는 걸까.


07. 애완동물 (ペット)

맹목적으로 사랑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애완동물은 키우지 않는다.

맹목적인 사랑을 받으면 부담스러울 거 같다.

그래서 누군가의 애완동물이 되고 싶지도 않아.


08. 버릇 (癖)

이제는 더 이상 벤치에 앉아서 오른쪽으로 머리를 기대다 벤치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는다.

익숙해진다는 건 쓸쓸한 일이다.



09. 어른 (おとな)

어렸을 땐 입에도 못 대던 신김치가 지금은 너무 그립다.

어렸을 땐 이게 과연 어른의 맛일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이제 신김치는 맛있지만 여전히 난 어린애인걸.


10. 식사 (食事)

그 아이와 헤어진 후 어느 날 식당에서 갈치 가시를 발라내던 중 갑자기 생선가시 하나하나가 마음 한 구석을 찔러대는 느낌에 몸서리치고 말았다.

그 날 이후, 난 절대 식당에서 조기나 갈치를 먹지 않는다.


11. 책 (本)

지금 너는 내 곁에 없지만, 지금 너도 나처럼 이 책을 읽으며 협궤열차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까.

12. 꿈 (夢)

그리고 오늘도 난 너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아들고 오열하는 꿈을 꾸었다.

13. 여자와 여자 (女と女)

남자들은 보통 친구에게 '화장실 같이 가자'고 권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화장실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다.


14. 편지 (手紙)

엽서 사이즈의 하얀 편지봉투의 겉면엔 그 아이의 이름과 주소가 정갈하게 씌어 있었다.

'청첩장... 크기잖아.'

안에는 정말로 엽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몇 줄 안 되는 글을 다 읽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

사람은, 정말 기쁠 때에도 눈물을 흘린다고 했었지. 정말로 그렇구나.


15. 신앙 (信仰)

"사람은 누구나 신앙을 갖고 있어."

"하지만 무신론자도 있지 않아?"

"무신론자한테도 신앙은 있어. '신이 없다'는 믿음이지."


16. 놀이 (遊び)

"뭐 하고 놀까?"

"글쎄. 생각을 안 해 봤는데."

"그런데 나오라고 한 거야?"

"응. 사실 너랑 같이 있는 거 자체가 즐거우니까."

"풋, 사실... 나도 그래."


17. 첫체험 (初體驗)

"오무리지 말고, 벌리고 있어!"

"아파! 아프단 말야!"

"그대로 있어! 그렇지, 그렇지!"

"아악!"

뻥 뚫린 구멍을 통해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처음으로, 이를 뽑은 날.


18. 일 (社事)

"...다시 생각해볼 수 없겠나."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도 일이니까요."

"그런가... 할 수 없지."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아버지를 체포했다.


19. 화장 (化粧)

붓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평생 얼굴에 칼을 대야 하는 남자보다, 평생 얼굴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여자가 더 서글프겠지?

20. 분노 (怒り)

10년 전, 덤덤한 표정으로, 덤덤한 말투로 복수의 다짐을 말했을 때, 그 녀석은 날 비웃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가 이끌던 마지막 회사가 내 소유가 되었다.


21. 신비 (神秘)

그런데 왜 나는 그 빌어먹을 자식의 누나가 그렇게 좋은 것일까.

22. 소문 (うわさ)

"너, 그 애랑 사귄다면서?"

"누구 말이야?"

내가 만난 적도 없는 누군가와 사귄다는 사실(?)을 난 오늘 이 녀석한테 처음 들었다.


23. 그와 그녀-연인 (彼と彼女)

나의 연인, 그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연인, 나.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몇 년을 돌아온 걸까.

이번에는 내가 생선 가시를 발라 줘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떠올랐다.


24. 슬픔 (悲しみ)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슬픔도 겪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슬픔을 받아들인 덕분에, 다시 그 아이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얻는 이 포근한 감정도 내 것이 되었다.

그래도, 또 겪으라면 정말 싫다.


25. 삶 (生)

살아 있는 한, 사랑하겠어.

26. 죽음 (死)

그러니까,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가겠어.

27. 연극 (芝居)

그 날 이후 처음 맞는 그 아이의 생일.

나는 나중에 깜짝 놀래켜주려고 작정한 채, 생일을 잊은 척 오늘도 능청을 떨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그 아이의 눈이 울먹이고 있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결국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생일, 축하한다." 라고 말하며 손에 쥐어 준 작은 상자를 받은 그 아이는 결국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이런 이런. 결국 하지 않으니만 못한 연극이 되어 버렸어.


28. 몸 (體)

말랑말랑. 조무락 조무락.

"앗, 어디를 만지는 거야?"

손 끝에 전해지는 탱글 탱글하면서 포근하고 달콤한 감촉.

"창피해. 그만 해!"

"싫어."

다시 조무락 조무락. 새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는 그 아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아하하. 귓볼은 어쩜 이렇게 솜사탕 같을까.


29. 감사 (感謝)

그래서, 그 슬픔의 시간마저도 감사할 뿐이다. 이전보다 그 아이가 더 좋아졌으니까.

30. 이벤트 (イベント)

"사실, 난 이벤트 같은 거 챙겨주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어."

"왜?"

"웬지 평소에 잘 신경써주지 못하는 걸 합리화하는 거 같아서."

"치. 그럼 지금은 뭐야?"

"아니, 가끔 이런 거 해 주면 네가 웃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그리고..."

"그리고, 뭐?"

"이벤트도 챙겨주고, 평소에도 잘 해줘야겠다. 그런 다짐 같은 거야. 자, 하나, 둘, 셋! 후욱~"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함께 100일 기념 케이크에 꽂혀 있는 촛불을 껐다.


31. 부드러움 (やわらかさ)

품 안에 푹 감싸인 채 파르르 떨리는 가녀린 몸.

내 입술 위로 느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마음을 채워 오는 두근거림. 쿵쾅거리는 심장.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32. 아픔 (痛み)

하지만, 성급한 탓에 이를 부딪쳤는데... 아프지 않았을까.

33. 좋아해 (好き)

엽서 뒷면에 씌어 있는 말은 단 두 마디였다.

"네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어.

하지만, 그래도 난 네 모든 것을 좋아해."


34. 옛날과 지금 (今昔/いまむかし)

"옛날에는 말이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럼 지금은 그 반대야?"

"아니,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데, 정작 하고 싶은 일도 아무것도 없어."


35. 갈증 (渴き)

"목 말라."

"음료수 사 줄까?"

"아니, 이걸로 됐어." 그리고 그 아이는 내 입술 위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


36. 낭만 (浪漫)


37. 계절 (季節)


38. 이별 (別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이별이 뭔지 알아?"

"글쎄... 뭐야?"

"그건, 서로 껴안는 거래."

"에? 그게 왜 이별이야?"

"서로 꼬옥 껴안고 있으면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으니까 이별이라나. 그래서 포옹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이별이기도 하대."

"그렇구나... 그럼 우리도 잠시 이별할까?" 그리고 나는 그 아이와 둘이 꼬옥 부둥켜안았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짧지만,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이별.


39. 바라는 것 (欲)


40. 선물 (贈り物)

신기한 일이다.

사귀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 방에는 인형이 쌓이고 그 아이 방에는 책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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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love 2005. 9. 9. 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