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란 녀석은 현학적인, 혹은 현학적인 척 하는 말들을 사용하는 걸 즐긴다.

그런데... 그런게 난무하는 소설은 싫어한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소설이란 철저히 자신이 가진 말로 만들어지는 예술품이다.

내가 가진 재료들에 대해 불만은 없지만, 이 재료들로 내가 원하는 소설을 만들 수는 없다.

그게 끔찍하다. 내게는 정말... 소설로 쓸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집필에 관련된 내 특기는 비평과 패러디.

비평이라면 마음껏 현학적인 척 잘난 척 해도 별로 나 자신에게 욕 먹을 이유가 없고, 패러디라면 이미 주어진 좋은 재료를 살짝 다른 방법으로 가공하는 것 뿐인데, 자랑으로 들리겠지만 그런 건 매우 자신있다. :)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쓸 수 있는 소설가로 나 자신은 반쪽짜리도 못 되는 셈이다.

지금 내가 글 써봐야 최대한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롯을 어찌 구축했다고 가정할 때 최고로 좋은 작품이 나왔을 때 기껏해야 마법서 이드레브, 그것도 문체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후반부 수준이 나오면 고작일 거다.

(이드레브는 플롯만큼은 인정하는 글이니까 예로 든 것-_-)

그래서 창작은 못하겠다.

이건 한 때 작가 지망생을 꿈꾸었다가 접어버린 지 10년도 더 지난 한 철없는 사내아이의 푸념.
by hislove 2005. 5. 3. 22:12